신세계의 주35시간 실험…‘저녁 있는 삶’ 실현 될까
신세계의 주35시간 실험…‘저녁 있는 삶’ 실현 될까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7.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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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신세계가 주35시간 근무제 도입을 선언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유통업계에 부는 근무 환경 개선 바람에 대해 마이더스HR 박선규 대표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신세계가 대기업 중 처음 주35시간 근무제 도입을 밝혔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박선규 대표) 신세계그룹은 지난 8일 내년 1월부터 주당 근무시간을 현행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에서 35시간 근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상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주요 계열사이고 그룹 임직원 5만8천명 중 약 5만명이 해당됩니다. 

신세계의 경우에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출근 시간을 오전 8시, 9시, 10시로 다양화하고 직원 근무시간을 팀이나 직무에 따라서 조정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9시에서 5시, 8시에서 4시, 10시에서 6시 등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앵커) 그럼, 이마트 같은 경우 자정까지 영업하던데, 35시간 근무가 가능한 일인가요?

박선규 대표) 네, 이마트나 신세계 백화점의 경우 폐점 시간을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선 전국 이마트 145곳 중 밤 12시까지 영업해 온 69곳은 내년부터 폐점 시간을 오후 11시로 1시간 앞당깁니다. 

그리고 신세계백화점의 경우에는 전체가 평일 기준으로 오전9시반에서 오후8시 근무 체제에서 오전 9시반~오후 5시반과 낮 12시~오후 8시 등 2개 조로 나뉘게 됩니다. 이마트처럼 폐점 시간을 당기면 근무시간도 이에 맞춰 조정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업무 생산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근로시간보다도 적은 주35시간 근무를 신세계가 왜 도입한다고 봐야 하는 겁니까?

박선규 대표) 신세계가 도입하는 주 35시간 근무는 유럽 및 해외 선진기업에서나 볼 수 있는 근무형태로, 국내 대기업에는 처음 도입되는 것입니다. 직원들로서는 근무여건이 좋아진 것이지만 회사로서는 근무시간 단축은 큰 모험에 가까운데, 그렇기 때문에 신세계도 지난 2년간 연구해 최종안을 내놓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신세계그룹 내부에서도 짐작하지 못했을 정도로 갑작스러웠다고 하는데요.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연간 1706시간으로 근로시간 줄이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이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다며 1800시간으로 줄이자는 목표를 제시해 왔습니다. 

앵커) 그런데, 근무시간 줄이면서 임금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는데, 가능한 일인가? 

박선규 대표)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근로시간 단축은 2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온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며 “매장 운영 시간을 줄이면 매출이 줄어들지만 임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가는 만큼 업무 효율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진국처럼 임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을 제공하겠다는 정용진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자체 실험 등을 통해 상당부분 문제점을 해소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앵커) 신세계라는 대기업이 움직인 만큼 다른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 반응이 어떤가?

박선규 대표) 현행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려는 정부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기업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35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강합니다. 

특히 삼성, 현대차, SK, LG 등 제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그룹들은 “취지는 좋지만 동참하기는 힘들다”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철강, 화학 등 대규모 제조업은 하루에 1분도 공장을 멈출 수 없습니다. 공정 특성상 공장이 멈추면 해당 라인에서 제조 중인 모든 제품을 쓸 수 없기 때문인데, 그렇기 때문에 “하루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충분한 생산량을 확보할 수 있는 제조업계와는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중소기업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박선규 대표)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우에는 “먼나라 얘기다”라고 할 정도로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근로자의 근무환경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대기업 근로시간 단축이 협력업체의 근로 부담 증가로 이어질까 걱정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참고로 중소기업중앙회는 12일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에 반대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 계획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 전체가 12조 원이 넘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그 중 약 8조6000억 원이 300명 미만 사업장이고 약 3조3000억 원은 30명 미만의 영세 소규모 사업장입니다.

앵커) 근로자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박선규 대표) 직장인들은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보다 줄어든 주35시간 근무제가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면서 부러움과 함께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면서 좋은 선례로 남아 파급효과가 커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였습니다.
 
젊은 직장인들 중심으로 삶과 일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였는데요.

반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경우는 완전히 남의 나라 얘기 같아서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반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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