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울리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뿌리 뽑아야"
취준생 울리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뿌리 뽑아야"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7.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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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습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는 더 속이 타는 소식일텐데요.

문재인 정부가 공기업 일자리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공공기관에선 불법과 부정 채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오늘 마이더스HR 박선규 대표와 공공기관 채용 비리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최근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그 동안 공공기관 채용시장에서 비리가 많았는지?

박선규 대표) 상당수의 기관에서 채용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작년 감사원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공공부문에서 발생한 인사채용 비리는 총 335건에 달하는데, 그 비리 유형은 권력형 인사청탁과 청탁 목적의 금품수수 등 사례도 다양했습니다. 공정성을 생명으로 해야 할 공공부문이 부정부패의 온상지로 기억되고 있는 것이었는데요. 올해에도 53개 주요 공공기관의 채용실태를 감사했더니 놀랍게도 100여 건의 부정사례가 적발됐습니다. 

예를 들면,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채용 절차를 허술하게 진행해 합격자들의 당락이 뒤바뀐 사례가 대거 드러났는데요. 평가서류나 점수를 잘못 처리해 자격요건 미달자를 합격시키는 불법·부정사례가 발견된 것과 채용과정에서 사전승인이나 공개경쟁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도 적발됐습니다.

앵커) 최근 채용비리에 연루된 기관들은 어디인가?
 

박선규 대표) 대표적인 곳이 강원랜드인데요. 지난 2012년~2013년 강원랜드가 뽑은 교육생 518명 가운데 95%인 무려 493명의 대규모 채용 비리가 있었습니다. `비리랜드', `청탁랜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연일 언론의 집중포화 대상이 되고 있죠. 

특히 2012년 이전에도 청탁으로 특채된 직원들이 다수 있었다는 내부 증언이 잇따라 나오며 회사 구성원들 내부에서조차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또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에서도 채용비리가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요. 그 외에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한석탄공사, 한국석유공사, 부산항만공사, 금융감독원 등이 있습니다.

국토부만 하더라도 국토부 산하 기관인 한국도로공사가 도서관에 근무하지도 않은 응시자에게 도서관 근무경력 점수를 부여해 불합격해야 할 대상자가 합격하는 부실 채용 사례가 나왔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코레일관광개발주식회사, 코레일네트웍스주식회사도 감사원의 주의 징계를 받았을 정도로 채용비리에 연관된 기관들이 많이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채용 비리 소식이 자주 들리는 것에 비해서 처벌에 대한 뉴스는 접하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박선규 대표) 예, 맞습니다. 채용 비리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에서도 ‘솜방망이 처벌’ 탓이 가장 크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냐 하면 청탁에 관계된 사람 모두 힘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그 힘으로 법망을 빠져 나갔습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청탁에 의한 채용비리는 청탁을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청탁을 한 사람도 죄를 묻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청탁자들에 대해서는 처벌은 커녕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A 의원의 경우 아예 본인이 아닌 수석보좌관만 서면 조사했고, B 의원도 한 차례 서면 조사만 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지역 보좌관이 의원 허락 없이 인사 청탁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데도 사건의 몸통인 청탁자를 조사에서 배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검찰이 노골적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고 의심하는 이유입니다. 

앵커) 채용비리 소식에 가장 분노했을 취준생들 반응은 어떤가요?

박선규 대표) 현직 국회의원들의 연루 소식에 취업준비생과 국민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조합 형태의 취업준비생 단체인 청년유니온은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안정된 직장 때문만이 아니라, 채용과정이 그래도 공정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감사 결과를 이대로 넘어간다면 청년들이 사회에 가진 최소한의 신뢰마저 무너질까봐 두렵다”고 개탄해 했습니다. 

국민들은 “뒷구멍을 통한 ‘반칙 채용’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니 일자리에 목을 매는 젊은이라면 분노할 수밖에 없다.” 는 반응과 함께 공무원도 “수많은 청년들이 고용절벽으로 고통 받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부정 청탁이 통하고 채용 비리가 횡행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기가 막힌다.”고 했습니다. 

공공기관은 소위 신의 직장이라 불립니다. 그래서 취업 준비생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입사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채용비리는 박탈감과 좌절감을 넘어 분노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앵커) 고질적인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근절시키기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요?
 
박선규 대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채용된 당사자들뿐 아니라 청탁 관련자들의 엄벌이 뒤따라야 합니다.

감사 대상도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해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 이외에도 지자체 산하기관과 지방 공기업 등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국회의원 등이 개입한 권력형 채용비리는 이번을 기회로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할 것입니다.

전반적 공공개혁 정책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블라인드 채용이나 외부 심사위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어질 공공기관장 인사부터 채용 적폐를 청산하도록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정치권 인사들을 위한 ‘낙하산 인사’가 근절되기 어렵다면 이런 식의 제한적 비리 적발과 징계는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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